
옥현복복
"옥현 공, 결혼 축하하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저번에 뵈었었죠?"
"그랬지. 기억했구만!"
"그... 곽 부사의 집 앞에서였던가요. 아, '전' 곽 부사이시죠, 이제."
"...하, 하하. 그렇지. 아무튼 결혼 축하하네. 그러면 난 이만."
웃는 낯으로 어느 지긋해 보이는 남자를 상대하는 신랑 옷을 입은 옥현.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소유에게 옆에 있던 경원이 설명했다.
"전에 초왕 편에 있었던 자야. 재빠르게 줄을 갈아탔나 보군."
원래 당한 사람은 잘 기억하는 법이지, 하며 혀를 차는 경원을 한 귀로 흘리며 소유는 저런 사람들의 앞길이 곱지는 않겠구나, 짐작했다.
"그런데 신부는 누구지?"
"어느 먼 이국의 공주라더군."
소유는 근처에서 들린 소리를 듣고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 말은 옥현과 복복 공주, 해랑의 합작품이었다.
옥현은 말을 꾸며낸다 하더라도 공주님의 귀한 태를 감출 수 없다 했고, 복복 공주는 인간들이 감히 자신의 이름을 불러댈 수 없다 했다. 해랑은 복복 공주가 분노해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의견에 찬성했다.
그리하여 발표된 것이 먼 이국의 공주와 옥현의 결혼이었다.
소유는 한창 준비 중일 신부대기실로 향했다.
시끌시끌.
조용히 넘어간다 싶었더니, 역시나 신부 대기실은 야단이었다.
신부대기실로 들어서자 자연스레 입이 벌어졌다.
평소에도 북해의 공주로서 고귀한 옷차림을 입었던 복복이었지만, 이날은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행이 입을 벌린 이유는 복복 공주의 외양 때문이 아니었다.
복복 공주가 울고있었다.
소유는 서둘러 복복 공주에게 달려갔다.
"공주님, 무슨 일이에요?"
"제가, 제가, 옥현 님과 결혼을 하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옥현 니임~"
펑펑 우는 복복 공주를 보며 소유는 어이가 없었다. 용궁 사람들은 다 울보인가?
오랜 시간동안 뭍에 있어서 적응이 된 건지, 다행히 모습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이대로면 꽤나 난감할 것같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다들 난감해하던 도중, 소란 때문인지 옥현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길을 비켜주었고, 복복 공주를 보고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옥현이 다가가 무릎을 꿇고선 복복을 바라보았다.
"공주님, 이 기쁜 날에 무슨 일이십니까."
"옥, 옥현 님..."
그리고 옥현이 복복 공주의 귓가에 두어 마디 속삭이자, 복복공주의 눈물이 거짓말처럼 그쳤다.
다정하게 남은 눈물을 닦아주는 폼이 능숙하다.
옥현이 물러나자, 시중드는 사람들이 복복 공주에게 몰려들어 후다닥 화장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소유는 옥현이 무슨 말을 한 걸까, 갸웃하다가 손을 잡아끄는 채윤에게 이끌려 대기실을 나왔다.
북북 용왕과 해랑은 신부 측에, 나름 옥현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소유와 채윤, 경원, 청운, 월, 백란은 신부 측에 앉았다.
물빛 머리를 보며 사람들은 해랑이 복복 공주의 오빠가 아닌가, 추측했다.
해랑은 아가씨와 떨어지는 것을 서운해했지만, 따로 복복 공주의 친인척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직까지 바닷속에서는 복복 공주의 결혼은 해랑과 북북 용왕만이 알고있는 비밀이었다.
결혼식 진행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왕인 소하가 맡기로 하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며 소유는 감개가 무량한 표정으로 신랑 신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무사히 결혼식이 진행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역경이 있었던가.
아직까지 북북 용왕은 못마땅한 듯 싶었다.
옆에 있던 채윤이 소유에게 속삭였다.
"무슨 생각해?"
소유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채는 채윤이다.
"아니, 그냥. 감개무량하달까."
채윤은 동의하는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신랑 신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주례가 끝나고 맞절을 하는 대목이었다. 복복 공주를 보니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용하다 할 만큼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선남선녀를 보며 그저 감탄할 뿐이었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조마조마한 결혼식이 끝나고 잔치가 열렸다.
이곳저곳을 인사하며 돌아다니는 신랑신부.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
신랑은 능숙하게 축하를 받는 모양새였으나, 신부는 도도하게 있을 뿐이다. 허나 신랑 곁에 딱 붙어있는 것이 금슬이 좋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날 무렵.
소유는잔치 와중에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검은 머리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남자가 잔칫집에 들어서서 축의금을 건네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신랑 신부가 어디로 갔지?
근처에 있는, 하지만 구석진 곳에 있어 아무도 오지 않는 빈 정자.
사람들을 꺼려하는 복복 공주를 위해 옥현이 잠시 찾은 곳이었다.
보름달을 배경으로 해서 옥현은 복복 공주에게 고백했다.
"우아하고 아름다우신 공주님, 사랑합니다. 남은 생을 오직 당신만을 위해 살겠습니다."